Art Film

Return to the origin

choiFilm
15+

09/16/2026 · 2 min 37 sec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짙은 어둠 속 심장보다 느리게 맥동하는 붉은 기운. 태어나기 전의 시간이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빛의 세포들이 하나둘 눈을 뜨고 막이 터지듯 푸름과 붉음이 부딪치며 하나의 생이 바깥으로 밀려 나온다. 이후 작품은 대사 없이 오직 물질의 변태(變態)로만 삶을 서술한다. 얼어붙은 파도는 서리처럼 가지를 뻗어 신경이 되고 신경의 매듭에서 풀려난 불씨들은 별이 되었다가 서로에게 다가가 타오르고 식어서 다시 별이 된다. 흩어진 빛을 실 하나가 꿰어 강처럼 굽이치고 뿌리가 되어 땅에 닿고 잎맥이 되고 상처가 되고 상처에서 풀려난 것은 어둠 속을 헤엄치다 멈추어 꽃으로 핀다. 그리고 손이 나타난다. 빛을 향해 활짝 펼쳐진 손. 다 핀 꽃과 꼭 닮은 모양의 손이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 하나의 몸짓, 만개(滿開)를 향해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꽃은 접혀 씨앗이 되고, 씨앗은 작은 배가 되어 별 사이를 건너고 지평선 위에는 먼저 도착한 이들이 등불처럼 줄지어 선다. 행렬은 연기가 되어 오르고 마지막 불씨가 하얗게 타오른 뒤 화면은 살과 물을 통과해 들어오는 붉은 빛으로 되돌아온다. 우리가 맨 처음 보았던 바로 그 빛이다. 심장이 한 번 뛰고, 고요해진다. 작품 전체는 의도적으로 낡은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의 화질로 빚어졌다. 태어나기 전의 기억은 누구에게도 없지만 만약 그 시간이 어딘가에 녹화되어 있었다면 이런 화면이었을 것이다. 지직거리는 주사선과 번지는 빛은 이 여정이 지금 재생되고 있는 오래된 기록, 몸이 잊지 않은 기억임을 말해 준다. 한국어는 죽음을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없어지는 것도 떠나는 것도 아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 모체회귀는 그 말의 형상이다. 태어나기 전의 어둠에서 나와 삶을 통과해 같은 어둠으로 돌아가는 하나의 원. 그 원이 닫히는 순간 관객에게 남는 것은 죽음의 무게가 아니라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의 선명함이다.

Return to the origin

Art Film

15+

Creator

Category

Art Film

Recommended